풀타임으로 사진 찍는 일을 한 지가 10년차를 넘어 11년차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8년차쯤부터 슬슬 번아웃 현상 비슷한 것이 오고 있었는데 10년차에는 상태가 매우 심하게 된 문제가 있습니다.
일이 거침없이 진행될 때와 무력감이 심하게 들 때의 격차가 매우 큰 편입니다.
사실 제가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의 업무량에 주 52시간 정도가 아니라 잠자는 시간 빼고는 휴일도 따로 없이 1년 365일 눌려 지내는 일이 10년째 거의 생활 그 자체가 되어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싶은데. 이것이 그저 단순한 의지 문제인지 아니면 개인적 노력 이상의 좀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필요한 문제인지에 관해 몹시 고민 중입니다. 일이 지루하고 지쳤다거나 밀고 나가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구요.
일은 즐겁고, 지루하지도 않고, 뭔가를 열심히 할 때는 여전히 추진력은 예전 대비 못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다만 한 번 다운되면 업 상태일 때와 격차의 크기가 매우 크고, 다시 업 상태로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갈수록 커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비슷한 문제에 관해 뭔가 상담을 받는 등 조치를 해보신 분이 있으신지요?
제 지금 직업은 사실상 덕업일치..베이스로 굴러오고 있는 분야라서 업무와 휴식의 경계선이 처음부터 그렇게 뚜렷하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와 휴식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다들 잘 아시잖아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에게는 사실상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일이 들어오는데 거절하면 다음에 다시 받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은 의사가 하는 일과도 비슷해서 다른 사람과 나눠서, 혹은 저를 대신해서 일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프로덕션, 기업화된 회사들도 물론 있지만, 해당 회사들도 여전히 작업자에 따른 편차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트러블 또한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운영되게 되면 저는 실무보다 관리업무의 비중이 늘어날 수가 있는데, 이 문제는 이미 예전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에 혹독하게 실패를 겪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저는 실무 캐릭터이고 실무에 남아 있고 싶지 관리형 캐릭터가 아니라서요. 관리만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맡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네요.
이 말에는 공감하지 않습니다.
기준 없이 거절하면 받기 힘들겠지만 정해진 기준을 공지하고 거절해보세요. 그 기준에 .V님의 건강관리를 위한 것이라 하면 다들 흔쾌히 이해하고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안되는 클라이언트면 일을 받지 않는 것도 좋구요.
그리고 모든 일들은 깡패입니다... 몰려 다니지요.. 무슨 사춘기 애들도 아니고 왤캐 몰려 다니는지.
순차적으로 들어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건 바램일 뿐...
그렇다고 모든 일을 다 받을 순 없습니다. 거절하기 힘든 일들이 많아서 다 받았더니 몸은 몸대로 축나고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 외엔 답이 없습니다. 아니면 직원을 늘려서 다 하시면 됩니다만... 말이 쉽지 어렵지요.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일이 돈이 더 되기 때문에 이 일은 못한다 이런 이유가 아닌 상대방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 드리면 후에 다시 돌아 올 확률이 높아 집니다.
100을 채우려고 하시지 않으면 됩니다.
저희도 돈 안되는 일이 들어와 해야 하고 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일이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이 거절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기준에 의해 도의적, 도리적(?) 인 것들을 검토해서 정합니다..
그래서 올해 겨우 법인으로 전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당당하면 됩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ing).
제가 2016~2019년 평균으로 1주 일하는 시간이 주당 98~110 시간이었습니다.
월-금: 8시 출근 ~ AM1:30 퇴근
토: 10시 출근 ~ AM1:00 퇴근
일: 2시 출근 ~ PM10:00 퇴근
이러면 죽겠다 싶어서 2020년 95시간, 2021년 80시간 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휴가도 갑니다.
작년부터 느낀게 이렇게까지 하지 안아도 된다 입니다.
회사에서 팀장 또는 #2, #3가 있으면 해결이 될것 같지만 개인사업자 들한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틀린거였습니다.
누구든 #2, #3가 될 수 있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상담도 받아봤고 여러 전문가들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때 마다 속으로는 "니가 내 입장을 알아?!!" 였습니다.
그런데 다 틀렸던 거였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굴러 간다는 걸 받아 드리지 못하면 모든게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틈틈히 운동(같은것)도 하시구요
운동은 흉내만 내셔도 되는것 같습니다. 정말 몸에 좋은지는 몰라도 정신건강에는 좋은것 같습니다.
내가 내 자신한테 뭔가 했다는 뿌듯함 같은거요
건강 챙기시구요 가족 챙기시구요
예전에는 이러다 말고 말고 그랬는데 ...
혹시 갱년기 증상과 함께 와서 더 그렇게 느끼시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일단은 너무 (일에) 달리지만 마시고 속도를 약간만 늦춰 보시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이상하게 침대 매트리스로 점점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수렁에 빠져서 질식할 것 같습니다. 가족을 부르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옵니다. 그렇게 끙끙대면서 1시간을 누워 있으니 좀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가(당시 동거중)제방에 오셔서 바로 119불렀습니다.
진짜 무서운 게, 그 와중에 한편으로는 몸이 그냥 이대로 지옥으로 빨려들어가면 모든 게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삶에 별 미련도 안 생깁니다. 그냥 이대로 눈 감아도 괜찮지 않을까...
어찌저찌 해서 벗어나긴 했는데, 다신 안 겪고 싶은 경험입니다. 저는 번아웃이라는 게 생소하던 시절에 겪어서 더 대처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번아웃 신드롬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가 될 정도로 흔해져서 대처는 상대적으로 쉬울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번아웃이 올거 같다고 하면 바로 하시던 일을 모두 중지하시고 아무 것도 하지 마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기 떄문입니다. 돈이야 또 벌면되지만 잃어버린 건강은 다시 되돌리기 힘듭니다.
힘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