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말하자면... FreeNAS는 단순히 NAS용 운영체제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NAS 용도로는 Xpenology에 비해 좀 투박하지만 비등비등하고 세세한 설정으로 쓸 수 있으며, FreeBSD jail 때문에 다용도 서버용 OS에 가깝습니다. Xpenology가 본디 시놀로지의 NAS 하드웨어를 위해 철저히 통일성 있게 짜맞춰진 DSM의 파생 버전인 관계로 철저한 NAS 기능 중심에 맞춰진 NAS 전용 장비의 펌웨어에 가까운 OS라면 FreeNAS는 Web GUI나 편의성은 NAS 기능 위주로 제공되나 원류인 FreeBSD의 넓은 범용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2년간 ZFS로 4TB HDD 6장 + 120GB SSD 2장 이렇게 레이드 구성해서 잘 썼습니다. 그동안 파일 서버로서 아무 문제도 없었고요. AFP, SMB, iSCSI 등으로 맥, 윈도우, 리눅스 등에서도 모두 골고루 썼지만 문제는 없었습니다. 확실히 ZFS의 스냅샷 기능은 정말 좋았습니다. 간간히 실수가 발생해도 복원이 금방 되더라고요. ZFS의 소프트웨어 RAID 기능도 2년 가량 써본 결과 RAID 솔루션 자체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드 디스크의 교체도 한 번 했지만 문제가 없었죠.

ZFS의 강점은 물리적인 위치와 볼륨이 1:1 대응되지 않는 구조로, dataset(일반적인 윈도우의 볼륨에 해당)의 크기 확장 및 축소가 자유롭고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단순 블록 디바이스 볼륨인 zvol도 지원해 iSCSI로 다른 컴퓨터에서 마운트하여 NTFS 등의 일반적인 윈도우 볼륨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dataset은 스냅샷 기능이 지원되며 스냅샷은 그 때 그 때의 볼륨의 상태를 저장하는 기능(마치 git의 commit과 유사)으로 고스트처럼 하드 디스크를 카피하여 백업하느라 시간이 들지 않고 말 그대로 순식간에 저장 및 복원이 가능하여 랜섬웨어나 실수로 인한 피해를 곧바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RAID를 구성할 때 SSD 등을 쓰기 캐시로 넣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할 경우 동기 쓰기(주로 NFS)의 성능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본래라면 동기 쓰기는 느린 하드 디스크의 기록이 완료될 때까지 프로그램의 수행이 멈추지만 그보다 빠른 SSD 캐시에 데이터가 기록되면 프로그램은 다음으로 넘어가며, SSD 캐시의 내용은 이후 하드 디스크에 기록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단순한 NAS로서 FreeNAS도 좋지만, Jail 기능 때문에 FreeNAS는 단순한 NAS 이상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Jail은 VM과 비슷하지만 OS 스택은 공유하는 방식이라 VM처럼 엄청 무겁지도 않고 되게 빠른 게 장점입니다. 리눅스의 Docker 같은 컨테이너와 비슷한 기술이죠.

제 NAS 하드웨어 사양은 E3-1231v3, RAM 32GB에 1Gb 연결 1개로 쓰고 있는데, 여기서 대충 Jail을 20개 정도 돌리고 있습니다.

Jail에서는 거의 평범한 FreeBSD(물론 FreeNAS 커널이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처럼 동작해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깔고 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동시에 돌리는 것들로는 DNS 서버로 unbound, BIND, 스토리지 공유나 원격 동기화 용으로 OwnCloud + PostgreSQL + Redis + Nginx + PHP7-FPM, 토렌트로는 rtorrent + ruTorrent Web GUI + nginx + PHP7-FPM, 블로그로 Wordpress + Nginx + MariaDB + PHP7-FPM, 그리고 게임 보이스채팅 서버인 TeamSpeak, 개인 소스코드 저장소로 git + 자바 기반 SCM Manager Web GUI, 인증 서버로 OpenLDAP, 메일 서버로 sendmail, 미디어 스트리밍으로 Plex Media Server, 개인용 위키로 MediaWiki + Nginx + PostgresSQL + Memcached + PHP7-FPM, 그리고 앞에서 말한 웹 서비스들을 통합해서 서비스하는 프론트엔드인 HAProxy, 마지막으로 타 지역과의 Site-to-Site VPN 연결용으로 OpenVPN 서버/클라이언트 + NAT 방화벽 + 패킷 필터링 교란용 Obfsproxy 여럿이 있습니다.

가상화를 써서 저것들을 동시에 다 돌리는데도 전혀 느리거나 부하가 심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jail은 ZFS와 함께 시너지를 보이는데, 스냅샷 기능을 이용하면 jail의 설정이 잘못되거나 망가진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그 jail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다만 NAT 방화벽은 FreeNAS 커널에서는 ipfw만 사용할 수 있고, pfSense에서 주로 쓰는 pf는 쓸 수 없었습니다. 쓰려고 하니까 커널 패닉이 일어나더군요.

고작 NAS 운영체제라기에는 할 수 있는게 너무 많더군요. 저는 너무 무거워서 쓰진 않았지만 VirtualBox를 돌려서 다른 운영체제도 쓸 수 있었습니다.

다만 FreeNAS의 단점도 있습니다. FreeBSD 기반이라 Jail을 써도 쓸 수 있는 건 FreeBSD라 활발하게 개발되는 리눅스 쪽 프로그램 등을 그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Xpenology에 비해 아무래도 역시 GUI가 좀 투박해 보이는 면은 어쩔 수 없네요. 다만 FreeNAS 10에서는 Django 기반으로 확 GUI를 뜯어고친다고 하니까 기대해 볼만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런 기능들은 모두 그만큼 깊게 파고들어야 가능한 것들이고, 특히 생소한 FreeBSD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익혀 쓰기는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더욱이 FreeBSD 쪽 커뮤니티는 거의 영어권이 아니면 참고할 자료가 없고요. 깊게 파고 든다면 정말 유용하겠지만, 셸 CLI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은 역시 GUI가 제공되는 NAS 정도로서만 쓰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ZFS의 단점 중 하나인 파편화 문제는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2년간 쓰면서 파편화로 인한 성능 저하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고작 1Gb 연결만 쓰고 있었으니 그 한계까지 시험해보지는 못한 관계로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OpenZFS 쪽에서 ZFS에 대한 파편화에 대한 완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진척도 거의 없는 상황인 점이 아쉽습니다. 일단 현재로서 나온 대책은 SSD 쓰기 캐시 등을 RAID 어레이에 추가하는 것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SSD 캐시의 내용은 곧바로 하드 디스크에 기록되지 않고 일정 단위로 뭉쳐서 기록되므로 파편화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10Gb NIC을 추가할까 생각 중인데, 계속 테스트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