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을 '한식'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체 불명 요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계시지만, 사실 이건 엄연한 한식이자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한식이기도 합니다. 비빔밥은 수십년을 정부에서 억지로 밀었는데도 안 됐고, 떡볶이도 역시 밀지만 안 되는데 정작 존슨은 정부의 힘으로 밀지도 않고 있는데 나름 해외에서도 지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저렴한 쐬주 안주로, 몇 명이 밥을 먹으러 가면 그냥 무난한 선택으로, 후딱 먹는 아침밥으로도 손색이 없는 존슨. 사실 이게 국내에서도 배리에이션이 은근히 있는 편입니다. 이미 위키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제 입과 머리를 통해 필터링한 4대 존슨 이야기를 적으면 이렇습니다. 어디 인터넷 가져온 사진이 아닌 직접 가서 먹고 찍은 사진입니다.^^
■ 의정부식(오뎅식당)
사실 의정부식과 밑에 적는 송탄식은 누가 먼저냐 논란이 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각자 자생적으로 발전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의정부식은 지금은 그냥 사이드 메뉴로 밀려난 '부대볶음'으로 먼저 시작했으나 지금은 역전이 된 상태입니다. 이 부분의 원조가 의정부의 오뎅식당인데, 지금은 밀키트로도 나옵니다만(사실 맛은 떨어집니다.), 의정부식의 핵심은 '깔끔한 국물'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육수가 진하지는 않고 김치 비중이 높으며, 파와 당면, 두부 등이 들어갑니다. 다만 파와 김치는 많이 들어가지만 다른 야채는 그리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아래에 다루는 파주식 말고는 뭐 비슷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국물을 국물 나름대로 즐길 수도 있고 위 사진처럼 라면을 투입하여 졸일 수도 있습니다. 느끼한 맛에 거부감이 있고 햄도 좋지만 시원한 국물에 끌린다면 이 방식도 좋습니다. 대신 전반적으로 육수 양이 많고 육수가 맑은 편이라 진한 맛은 좀 떨어지며, 현재의 오뎅식당의 경우 워낙 햄/소세지 양이 적어서 그냥 국물 먹으러 가는 곳과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를 가시려면 일단 햄 추가는 기본으로 찍는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의정부식을 하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상당수 집들은 아침 8시부터 영업을 합니다. 즉 아침밥으로 존슨을 먹을 수 있고, 아침에도 은근히 손님들이 옵니다. 이게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송탄식과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 송탄식(최네집)
김 때문에 사진이 좀 뿌옇게 보이지만, 의정부식과 뭔가 차이를 비주얼만으로도 구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존슨의 프랜차이즈는 전반적으로 이 송탄식을 기본으로 하되 의정부식의 특징도 혼합하는 일종의 퓨전 성격을 띱니다. 정확히는 육수의 기반을 송탄식으로 하되 나머지 구성은 의정부식의 특징도 적지 않게 수용합니다. 일단 존슨 프랜차이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놀부도 그렇죠.
송탄식의 원조격인 최네집이나 김네집의 경우 이러한 비주얼인데, 진한 육수에 채썬 햄, 왕창 투입한 마늘, 민치,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적은 기본 육수량을 가집니다. 사실 송탄식은 의정부식보다 안 그대로 적은 야채가 더 적게 들어갑니다. 다만 사골 육수 기반의 진한 육수와 상대적으로 적은 육수양, 적지 않은 햄 양과 함께 마늘맛이 강해 전반적으로 매우 진하고 강한 맛을 냅니다. 어찌보면 좀 느끼하다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프랜차이즈들은 이 부분을 좀 순화흘 시킨 편입니다.
먹는 방식도 의정부식과는 다른데, 의정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먹지만 송탄식 원조는 밥그릇에 존슨을 떠서 비벼먹고, 밥과 햄을 다 먹으면 육수를 더한 뒤 라면을 그때서야 후식 개념으로 먹는 형태입니다. 김치가 상대적으로 먹을만한 맛이라 김치를 먹으러 여기 오는 분들도 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군 중심의 송탄 특성상 아침 장사는 없고 점심~저녁 장사만 하니 아침 해장용 송탄식 존슨은 없다 생각하심이 좋습니다.
■ 파주식(삼거리식당)
체인점이나 밀키트는 대부분 위의 의정부식이나 송탄식이 차지하고 있어 파주식부터는 아는 사람만 아는 형태가 됩니다. 사실 파주식은 나름 독자적이긴 하지만 국물의 경우 의정부식과 비슷한 어느 정도 맑은 국물을 지향합니다. 의정부식이 오히려 국물이 너무 많아서 묽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파주식은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위 사진처럼 라면은 그냥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투입하면 됩니다. 실제 졸여 먹는 분들도 적지 않고 이러면 송탄식 못지 않게 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파주식이 의정부식의 아류가 아닌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부분은 저 사진처럼 쑥갓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파는 조금 덜 들어가지만 저 쑥갓 덕분에 국물이 더 시원해집니다. 슬프게도 다 끓으면 쑥갓의 양이 팍 줄기는 합니다만, 뭔가 밸런스 있게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진에는 햄이 잘 안 보이는데, 사실 밑에 왕창 깔려 있습니다. 오뎅식당이 정말 이제 햄/소세지가 얼마 안 들어 있다면 저 사진의 삼거리식당은 1인분 기본만 해도 충분히 먹을만한 수준이 됩니다. 소세지 추가를 하면 배 부릅니다. 그리고 역시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아메리칸 소시지가 들어가는 점 역시 특징입니다.
현재의 존슨 프랜차이즈들이 송탄식과 의정부식의 절충을 거쳐저 맛을 낸다면, 전문 식당 가운데는 이 파주식이 나름 절충안에 가깝습니다. 삼거리식당이나 정미식당 등 파주에서 파주식 존슨을 하는 웬만한 집들은 의정부식과 마찬가지로 아침 영업을 합니다. 외박나온 현역병들이 아침을 먹는 모습을 꽤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호하는 존슨 스타일이기도 한데 의정부식은 너무 묽고 송탄식은 너무 진하고 아래 설명할 군산식은 뭔가 좀 아쉽기 때문입니다.
추신: 파주식은 보통 파주를 벗어나면 먹기가 좀 어려워지는데, 나름 파주식 비슷한 존슨을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Cu에 있는 미성식당입니다. 단 아메리칸 소시지는 안 들어 갑니다. 서울 서쪽 기준에서야 멀지만, 강북권이나 강동권, 강남권에서는 그나마 갈만한 거리입니다. 여기는 김치가 백김치 형태로 나오는 점이 장점입니다. 오픈이 늦어서 아침을 먹기는 좀 어렵고 테이블이 적어서 밥시간에는 줄을 선다는 점이 좀 문제이긴 합니다만.
■ 군산식(비행장정문부대찌개)
군산에 이성당 빵만 드시러 오셨다구요? 그러기엔 좀 아깝죠. 그래서 조금 발을 넓혀봅니다. 이성당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몇 블럭 내려가면 군산문화원이 나오는데 거기서 내려서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정말 존슨 마니아들도 모를 수 있는 존슨, 군산식을 먹으러 갈 수 있습니다. 사실 이쪽 맛집이라고 해봐야 저 사진의 비행장정문부대찌개 말고는 없기는 합니다만. 일단 군산도 미군 부대가 오래 전부터 있는 지역이니 뭐 특이한 존슨이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사실 사진의 비주얼에서도 조금 느낄 수 있지만, 여기는 다른 곳에는 없는 특징이 꽤 있습니다. 먼저 사골 기반의 진한 육수가 아닌 쇠고기 육수를 사용하여 육수가 상대적으로 맑습니다. 또한 민치나 아메리칸 소시지 대신 쇠고기 불고기감이 들어가 고기의 종류부터 차이가 납니다. 야채는 역시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팽이버섯이 들어갑니다. 다만 맛 자체는 의정부식처럼 맑은 것은 아니고 프랜차이즈 기반 송탄식보다 조금 부드러운 느낌에 가깝습니다. 치즈가 들어가기에 맑은 느낌의 맛이 좀 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이 부대찌개보다는 반찬이 더 유명한데, 여기는 1인당 치즈 반 장을 얹어 부친 계란 프라이 반찬이 오히려 눈길을 끕니다. 추가로 솔로 여행으로 이걸 드시러 가는건 추천하지 않는데, 최소 주문이 2인분이며 역시 아침 장사는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인분을 시켜 꾸역꾸역 혼자서 먹는 것도 보통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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