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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창(?)도 끝나면서 이제 영동선 싸궁화(?)가 정동진에서 강릉역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밤에 무궁화 타면 5시 남짓에 강릉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대부분의 분들은 정동진에서 내리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괜히 무궁화호의 별칭이 싸궁화인 것은 아닌데 압도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는 분이면 일부러 빠른 열차 대신 싸궁화를 애용하게 됩니다.

BUT 그러나, 적어도 수도권(서울역/청량리)~강릉에 한해서는 싸궁화는 더 이상 싸궁화라는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비싸궁화'나 '느리궁화'라고 불러줘야 합니다. 서민의 친구 싸궁화가 왜 이 구간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적어봅니다.



먼저 이 자료는 청량리 - 강릉간의 싸궁화 요금표입니다. 할인이 크게 들어가는 어르신 요금은 그렇다 치고 일반실 기준 22,000원입니다. 의자가 새마을 격하형으로 들어가는 특실은 25,300원입니다. 입석으로 가면 좀 저렴해지지만 이 구간을 정말 서서 가는건 상당한 체력을 요구합니다. 워낙 이 구간의 다이어그램이 복잡해서 편차가 좀 크기는 하지만 보통 5시간 30~50분은 가야 하는 구간이니까요. 그 정도 시간을 걸려 가야 하는 구간임을 생각하면 이 정도 요금은 나올법 합니다. 문제는...


같은 구간의 KTX 요금입니다. 특실은 좀 많이 비싸지만 일반석을 기준으로 하면 그 차이는 4,000원 남짓으로 줄어듭니다. KTX답게 경로 할인같은건 취급 안한다는 문제는 있지만 생각보다 차이가 적습니다. 더군다나 KTX의 입석은 104%, 즉 좌석 정원에서 고작 4%만 나오는 것이라 그냥 입구에 붙은 간이 의자에 앉으면 되는 차원입니다. 정말 서서 간다고 해도 청량리-강릉 KTX는 1시간 30분~40분이면 끊는 구간입니다. 고작 4,000원을 아끼자고 4시간을 버리는 꼴이 됩니다. 정말 싸궁화가 더 이상 싸궁화가 아닌 셈입니다.

그렇다면 코레일이 미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울-대전 등 다른 구간을 따져보면 KTX는 싸궁화보다 두 배 넘게 비쌉니다. 사실 이게 정상이며 전국적으로 싸궁화가 싸궁화가 아니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살짝만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말 대충 1분만에 그려본 청량리 - 강릉간의 KTX와 싸궁화의 이동 경로입니다. 핑크색이 KTX, 주황색이 싸궁화입니다. 출발지와 도착지는 같은데 가는 경로가 전혀 다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지요? 이 이상한 느낌이 서울 - 강릉 구간에 한해 싸궁화가 싸궁화가 아니게 만든 원흉입니다.

KTX의 경우 중앙선과 경강선을 거쳐가는, 영업명 강릉선 경로로 움직입니다. 원주부터는 아예 경강선 전용선을 타는데, 이 선은 준 고속선으로서 KTX 전용선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전용 열차(일명 EMU250)가 투입되지 않았기에 KTX가 운행합니다. 거기다 중앙선은 고속선도 아니기에 고속선 요금을 받지도 못하여 거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적게 나옵니다. 원주부터는 사실상 영동고속도로와 비슷하게 가는 구간이기에 이동 거리도 짧습니다.

하지만 영동선 싸궁화는 중앙선으로 제천까지 내려가서 태백선으로 태백(정확히는 동백산까지입니다만)까지, 그리고 영동선으로 강릉까지 가는 상당히 돌아가는 경로를 가져갑니다. 철도 요금은 기본적으로 주행 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이기에 이렇게 돌아가게 되면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나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더군다나 태백선과 영동선 구간은 더 이상 개량이고 뭐고 계획도 없는 마의 구간. 앞으로 중앙선이 제천까지 개량이 된다 한들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구간에 투입되는 KTX-산천이 싸궁화보다 딱히 더 불편한 것도 아닌 이상 최소한의 생각할 머리가 있다면 싸궁화를 서울 - 강릉 이동을 위해 타는 그 자체가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 되고 맙니다. 정말 싸궁화를 길~게 타고 싶은 근성미 넘치는 성격 좋은 분들, KTX-산천에는 없는 야간열차를 꼭 타고 싶은 분들을 빼면 말입니다.


여기에 더해 코레일은 올 여름부터 연말까지 일단 '코레일 멤버십 한정'을 달고 있지만 강릉선 KTX 전 구간에 걸처 어디서 타서 어디서 내리건 4명에 5만원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레일 멤버십이야 코레일톡을 쓰려면 있어야 하는거고 가입에 별 제한도 없는거라 요식행위에 가까우며 이게 특정 일자나 열차만 가능한게 아니라 그냥 자리만 나면 잡을 수 있는 차원입니다. 정말 극단적이지만 두 명이서 네 자리분을 저 방식으로 예약하면 청량리 - 강릉을 1명당 1천원씩 싸게 갈 수 있게 됩니다. 가는 사람이 한 명만 들어도 획기적인 할인이 됩니다. 네 자리를 다 채우면 그 때는 강원여객과 동해상사, 즉 동서울터미널 - 강릉터미널간 시외버스조차 가격으로 발라버리는 차원으로 바뀝니다. 정체가 없다고 해도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보다 최소한 1시간은 빠릅니다. 노루(동부고속)는... 그냥 저기 어딘가 묘자리를 파야겠죠.

한정 이벤트라고 하지만 코레일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저는 청량리 - 강릉간 싸궁화의 축소나 폐지를 위한 시도라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릉선 KTX(차후 EMU250)이 개통된 이상 더 이상 서울 - 강릉간 싸궁화를 타야 할 명분은 사라졌다고해도 좋습니다. 물론 태백선/영동선 구간의 도로교통이 엉망진창 그 자체인 이상 로컬선으로서의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서울과 강릉을 잇는 철도교통으로서의 가치면에서 영동선 싸궁화는 그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해도 좋습니다. 저 5만원 이벤트는 여름 관광 특수 기간이 아닌 때에도 KTX의 좌석을 채우는 목적도 있겠지만 장거리 싸궁화 이용객 그 자체를 줄여 이 구간의 싸궁화를 단축시키거나 편수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by Adolf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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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ki33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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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chen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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