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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제가 지금 사는 곳에 이사온지 1년이 되어 갑니다. 평일 아침/저녁을 부모님 문안인사를 겸하여 얻어먹고 있어서 이게 분가해서 따로 사는게 맞느냐 하는 생각을 아니 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지금의 생활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2CPU의 많은 분들은 연세가 있어 자가 주택을 갖고 계신 분이 많아 굳이 이런 내용을 적을 필요는 없겠지만, 아직 분가를 안 해보셨거나 자기 명의로 집을 안 사보신 분을 위해 제 경험담을 그냥 심심해서(?) 연재 형식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오크, 집을 사다'입니다.^^


■ 1장: 알아봐도 후회하고, 안 알아보면 더 후회한다.

작년 초여름경 언젠가... Cu(구리) 모처의 조그만 방 한칸의 침대 위에서 주말의 무료함을 달래며 뒹굴거리던 오크 한 마리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 집을 사자.'

뜬금 없는 소리냐구요? 예. 뜬금 없는 소리 맞습니다. 집을 사고 이사하는 꽤 큰 일의 계기도 사실 알고보면 이렇게 뜬금없고 작은 것에서 시작을 합니다. 정말 주말의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번쩍 든 이 생각이 모든 것의 시작이 맞습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오크가 집을 사는 이야기에 불이 붙습니다.

그 전에 이 오크가 Cu에서 뒹굴거리고 있게 된 이유부터 좀 살펴봅니다. 이게 1장의 내용인 오크 한 마리의 분가를 위한 준비와 실행, 그리고 살면서 겪은 문제점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점이 집을 살 때의 반성거리이자 고를 때의 기준이 되었기에 나름 중요한 내용이랍니다.


때는 저 뜬금 없는 생각이 들기 약 1년 6개월 전, 즉 그 전해 설 직후로 넘어갑니다. 설이 끝난 다음주말에 오크가 부모님의 곁을 떠나 인생 처음으로 Cu로 분가를 했습니다. 사실 집 계약(전세)는 그 보다 1개월 전에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이사를 늦췄습니다. 한 며칠은 몸이 적응이 잘 안 되더군요. 정작 두 주 정도 지나니 몸이 편해졌습니다만.^^


하여간, 분가 검토 자체는 다시 그 전해 여름경부터 비밀리에(?) 진행이 이뤄졌습니다. 이 때 이사갈 곳을 정하는 과정에서 오크가 내건 조건은 이랬습니다.

- 자동차 기준 출퇴근 시간이 편도 20분 이상 더 길어지지 않을 것.

- 주변에 무료/유료 주차 인프라가 있을 것.

- 어느 정도 수준의 대중교통 수단이 있으며, 자동차 출퇴근과 비슷한 시간 범위에서 대중교통 출퇴근이 가능할 것.

- 주변에 치안 상태가 적절하며 장보기가 지나치게 어렵고 멀지 않을 것.

- 본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을 것.(너무 가까우면 심심하면 불려다님.)

하여간 이 기준에 따라서 아주 천천히 후보지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Cu를 우선 지역으로 생각을 했는데, 본가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그렇다고 하루에 몇 번씩 불러댈 정도로 가깝지는 않으며, 강변북로가 있어 출퇴근이 편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조금씩 지도를 보며 입지를 확인하며 후보지를 줄이고, 중개 사이트들의 매물을 살펴본 끝에 최종적으로 세 곳으로 후보지를 줄였습니다. 그 때가 그 해 11월 말이었습니다. 

각각의 입지는 이랬습니다.

- 서울 자양동 남부: 일단 본가와 차로 10분 거리이며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아는 곳에 시장이 멀지 않아 장을 보기는 편했습니다. 차로 출퇴근할 때 시간 로스가 없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자양동 특성상 외국인 비율이 높아 치안이 상대적으로 덜 좋은데다 도로가 가까워 소음 걱정이 있는 점, 주차장이 없고 도로변의 공영주차장은 면수도 적은데다 신청이 가능할지의 여부가 불투명했습니다. 또한 대중교통이 영 아니라서 대중교통 출퇴근이 귀찮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 Cu 구리역 주변: 구리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었는데 대로변에서 안쪽으로 수십m 들어가 있어 소음 문제가 적고 물건 상태가 사진상으로 괜찮았고 바로 앞에 대형 공영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즉 주차나 쇼핑은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다만 입지상 자동차 출퇴근 시 30~40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게 최대의 문제였습니다.


- Cu 이문안 주변: 그냥 주택가(다가구주택 밀집지) 한가운데이며 물건 상태는 최고 수준은 아니었지만 원룸이 아닌 부엌이 분리된 2룸 구조에 가까이 작은 공원이 있고 Cu시청 주변이라 어느 정도의 버스가 다니며 최악의 경우 주차는 Cu시청에 월주차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은 차량으로는 20분 정도 추가가 예상되었으며, 대중교통은 그 보다는 10분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자양동은 주차 문제라는 디메리트가 커서 제외되었고, 나머지 두 곳을 매우 간단한 답사(그래봐야 차로 대충 쓱 돌아보고 오는 수준입니다만.)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장 마지막의 이문안 주변을 골랐습니다. 물건은 조금 낡았어도 2룸 구조라서 요리 시 열기와 냄새가 차단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까지는 분가를 하면 안 해먹던 것도 열심히 해먹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그 오크에게도 있었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살 곳을 고르고 분가를 해서 살기 시작했는데... 뭐 혼자 분가하여 살게 된 사람이 갖던 환상과 현실의 차이는 다들 아실테니 굳이 적을 필요도 없을 것이며(처음에는 고기도 구워먹고 폼나게 살 줄 알았더니 그냥 밥만 해서 라면 말아먹기도 귀찮더라는 것입니다.), 살다보니 느껴지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게 위에 적힌 데굴거리다 '집을 사자'로 이어지게 된 이유들입니다.

- 생각보다 멀더라. 퇴근 시간은 20분 정도 더 걸리는 것이 맞는데, 출근 시간은 30~40분이 더 걸렸습니다. 맨날 잠실대교 이후의 강변북로만 알던 오크에게 Cu/남양주의 강변북로 정체는 수석IC-잠실대교까지가 진짜배기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나마 퇴근 시에는 워커힐을 거쳐가는 우회 경로로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출근에는 이게 더 막힙니다. 더군다나 시간도 이렇게 걸리지만, 출근 거리의 절대 거리가 거의 2배로 늘어나서 연료비가 2배가 들어 버립니다. 아무리 경차지만 연료를 꽉 채워도 겨우 5일 출퇴근을 버티는건 너무하죠.

- 대중교통이 의외로 불편함. Cu의 시내버스는 대부분 강변역을 종점으로 하지만, 대다수의 버스가 Cu 남쪽인 토평지구를 거쳐 돌아가고, 큰 길인 구리시청 방향은 생각보다 버스가 얼마 안 왔습니다. 거기다 서울 시내버스의 배차 시간만 생각하다 그 두 배는 기본인 경기도 버스 배차 시간을 겪으니 조금만 이동을 하려 해도 기다리는 시간의 손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려 Cu역에 가려면 자주 안 오는 마을버스를 기다려서 15분은 타고 가야 하니 대중교통 출퇴근을 하려면 다시 시간이 10~20분이 더 걸렸습니다. 역시 몰랐던 경의중앙선의 구리-회기 구간의 지옥철도 나름 스트레스 거리이기도 했습니다.


- 주차전쟁. 아파트가 아닌 지역에서는 다들 주차가 전쟁이라고 하지만 빌라 이전의 다가구주택이 대부분인 이문안 주변 지역은 흔히 말하는 '세기말' 수준의 주차전쟁을 치릅니다. 즉 자기가 사는 집 앞이라고 하여 주차를 편히 할 수 있다는 보장따윈 없습니다. 어디에 살건 그냥 아무데나 세우면 그게 자리인 무법지대입니다. 특히 호수 주변은 주차전쟁의 중심지입니다. 사는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주차단속을 하는 것은 딱 한 번만 봤기에 주차단속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울 수 없다는 점은 확실히 불편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저녁과 주말에 주차할 수 있는 Cu시청 주차장은 일단 걸어서 5분은 가야 하니 이 역시 귀찮았습니다. 덤으로 원래 저수지인 이문안공원의 물은 겨울에는 주변에 주차한 차량들의 유리에 서리를 맺히게 만들어 겨울 출근을 더 시간이 걸리게 만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살기는 조용하고 주택가라 가까운 곳에 식당이 없어서 10분은 걸어 나가야 뭐가 있으며 마트까지는 차로 10분은 가야 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한 수준이었기에 사실 지금도 나쁜 동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이들 문제, 특히 출근시간과 연료비 문제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부담이었습니다. 이아무리 지도를 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본들 이 문제는 알기 어려웠고, 살고나서야 알 수 있던 문제입니다. 정말 신중히 몇날 며칠을 두고 현지 답사를 꾸준히 했다면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출퇴근 시의 시간 문제같은 부분은 직장인이 당장 닥치기 전에는 정확한 현실을 알기 어려웠기에 결국 살고나서야 알 수 있던 사항입니다.


하여간 나름 잘 살고 있었고, 별 문제 없었다면 지금도 Cu에서 데굴데굴 살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불편했던 점은 마음에서 쌓이고 있었는지 그 다음해 여름에 주말의 무료함을 1.5m 높이 위에서 죽이고 있던 오크에게 무슨 신의 계시인양 '집을 사라'고 하는 마음을 들게 하여 그 다음의 이야기를 낳게 했습니다. 이 부분부터는 다음 파트에...^^

※ 교훈: 이사를 가기 전에 매물의 모양을 보고 지도를 보는 것은 기본이며 반드시 주변을 직접 가서 최대한 돌아보고 교통, 주차, 쇼핑, 출퇴근 경로 등을 실제적으로 따져보라. 안 그러면 이사한 다음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한다.

추신: Cu는 서울 구 하나 정도 사이즈의 작은 동네에 20만 남짓한 동네이며 특별한 먹거리는 전무하지만, 그래도 동네 맛집 정도는 있습니다. Cu에 갈 일이 있을 때 그나마 추천할 수 있는 맛집 세 곳을 적어봅니다.

- 미성식당: Cu의 부대찌개 패자로 부를 수 있는 집입니다. 너무 진하고 느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묽지도 않은 밸런스가 좋은 맛을 자랑합니다. 대신 자리가 몇 개 없어 식사시간에는 좀 많이 붐빕니다.

- 잉꼬칼국수: Cu 사는 분은 대체로 아는 칼국수집입니다. 보이는대로 부추+감자 손칼국수이며 멸치 국물 베이스의 집에서 막 끓인 칼국수 맛이 납니다. 불타는 매운 김치가 특색입니다. 참고로 저 양이 꽤 많기에 보통 칼국수집 1.5인분쯤 된다 생각하심이 좋습니다.

- 라면세상: 그냥 조그만 라면집인데 이걸 적는 이유는 라면의 '마개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치즈라면, 김치라면, 만두라면의 영역을 확연히 넘은 마개조의 산물을 보여줍니다. 보통 라면보다 조금 비싸도 든든한 마개조 라면을 맛보고자 한다면 좋습니다. 다만 대체로는 좀 맵습니다. 여기는 사진을 이전에 찍어 놓은 적이 없네요.T_T

- by Adolf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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