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23 08:30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한 다음(?)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게(!) 용산전자 상가를 갈 일이 생겼고 따라서 하드를 직접 수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06/23 09:15 윈트로닉스에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이때 전화하기 전에 생각해보니 직접 수령된다는 사실 여부의 확인 후에 물건 주문할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스럽게 언제든 오랍니다.
2005/06/23 11:30 연구실에 들릴까 하다가 그냥 용산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책보다가 역을 지나치는 관계로 좀 늦게 윈트로닉스에 도착했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을 그곳 아가씨로부터 얻어 먹은 후 또한 기분 좋게 카드결재후에 하드를 수령했습니다.
2005/06/23 12:15 지하철 안에서 바보같이 이리저리 하드를 둘러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후배가 전화해서 오늘 학교 직원 한분이 샤브샤브를 사준다고 학교 근처에 있다면 오라는 겁니다. (사실 이때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2005/06/23 14:00 밥 먹고 미적미적대는데 오늘따라 아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더군요. 결국 하드를 힐끔힐끔 보면서 자리에 앉아 책 좀 보고 논문도 좀 씁니다.
2005/06/23 17:00 아차하는 생각이 듭니다. 와이프가 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완전범죄가 성립될 수 있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빨리 정리하고 집으로 갑니다.
2005/06/23 18:10 역시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몰래 들어와 포장지 및 근거가 될 흔적들을 지웁니다. 하드의 케이블 꼽는 곳을 보니 id를 설정하는 점퍼에 딮스위치가 하나도 없는겁니다. 뭔가 덜 받은 듯 허전하지만 어차피 부팅 OS용으로 사용할 것인지라 기존 하드의 id를 1로 세팅한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약 네시간 후...)
2005/06/23 22:10 텔레비젼 앞에서 와이프는 \"삼순이\" 를 뚫어져라 보고 있습니다. 저는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봅니다. \"왜 이놈의 하드의 점퍼에는 딮스위치가 하나도 끼어져 있지 않은데도 id가 6번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앞에는 중학교때 배운 이진수 계산결과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2006/06/23 23:00 결론은 \"뭔가 하드가 이상하다. 아마도 최신 제품이라 펌웨어가 이상한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결국은 QnA게시판에 질문을 적고 있습니다.
2006/06/23 23:05 적으면서 발가벗고 있는 케이스에 얌전히 들어있는 맥스터 하드의 윗면을 멀건히 봅니다.
2006/06/23 23:06 그렇습니다. 그곳에 바로 답이 있더군요. 스카시 케이블 옆에 있는 점퍼만이 아니라 하드 보드 구석에 있는 점퍼도 같이 세팅해주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2006/06/23 23:30 제 손바닥 위에는 가지런히 두개의 딮스위치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오늘 수령한 하드에는 열심히 OS가 깔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정리해보니 \"고난기\"라기 보다는 얼빠진 저의 일상을 적어놓은 것 같군요. 다른 분들도 저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68핀 SCSI하드의 id는 두 군데서 세팅한답니다.
그런데 정말 15K가 체감상 빠르기는 한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핫스와게이지에 10K. 18GB 3개를 RAID 0로 묶어 OS용으로 사용해왔는데 그것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않아 그럴수도 있겠지만, OS의 설치속도도 빠른것을 체감하겠더군요.
미자막으로 공구에 수고해주신 고재용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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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 일수록 신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