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목재로 소파 만들다 오락가락하는 이야기

두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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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작업실 내려가서 일하다 마당에 나와서 잠시 쉬는데 아래집 어르신이 한참 고생하면서 나무를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거의 20여년전에 미군부대에서 나온 나무를 얻어다 놓았는데 너무 무거워서 꺼내쓰지 못해서 다 썩어서 태워버리려 한다고 하였습니다. 

무겁고 위험한 작업이라 가서 도와드렸는데 아직 덜썩은 나무들이 있어서 여러개 얻어왔습니다.




얻어온 나무도 있길래 머리 식힐겸해서  작업실에 들여놓을 나무소파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아래 외국사이트에 올라온 그림 같은 그런 나무소파 모양으로 만들고 쿠션과 바닥매트를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습니다.


대충 못을 빼고 썩은 부분 갈아내고 잘라낸  다음에 적당한 사이즈로 나무소파를 짰습니다. 

못빼느라 고생했는데 그라인더에 날개사포달아서 갈아내니 그럭 저럭 소파모양이 되었습니다.




다 만들었는데 들여놓으려고 하니 길이가 2미터쯤 되어서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 마당에 내버려두었습니다.  올라왔다가 좀 지나서  내려갔는데 동네 이장님이 가다 마당에 덩그러니 있는 이 나무소파 프레임을 보시고는 이런거 하나 집앞 (매운탕집)에 놓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만든걸 바닥을 야외용으로 다듬은 후  줘버렸습니다.

페인트칠 전


페인트칠 후

아무래도 방안에는 소파로 쓰기에 너무 크다 싶어서 마당에 놓을 벤치로 다시 하나 제작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작은 사이즈입니다. 두번째 만드는건 더 쉽게 되었습니다. 대강 자르고 나사박으니 큰 어려움이나 시행착오없이 잘 되더군요. 그런데 남은 나무가 2*4 가 아니라 좀 작은 사제 목재였습니다. 여기저기 되는대로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럭저럭 완성은 되었는데 기존에 마당앞에 있던 철제 벤치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가끔 여기서 커피마시고 개발브리핑하느라고 개발자들이나 디자이너들이 몇명씩 올때 자리가 없어서 놓으려고 했는데 좀 안어울립니다. 그래서 남는 페인트를 파랗게도 칠해보고 빈티지로 덧칠도 해보았습니다.

페인트칠을 세겹이나 하고 빈티지스타일로 덧칠을 했는데 아무리 해도 기존 철제벤치와 안어울렸습니다. 그 와중에  위쪽 산중턱에 사는 출판사의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나도 이런거 있으면 좋겠다 하시길래 이번에도 줘버렸습니다. 

얻어온 나무가 다 떨어졌습니다.
철제로 하나 용접해서 쇠 벤치와 비슷하게 만들어볼까 하고 파이프를 찾으러 동네 끝에 있는 고물상에 갔는데  파이프는 없고 상태는 새것인데 여기저기 빠지고 뒤틀린 녹도 안슬은 자전거가 하나 있어서  고철값 1만원주고 사왔습니다. 상표는 corex라 되어 있더군요. 타이어를 벗겨보니 튜브는 손가락만큼 찢어져 있고 체인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공본드로 찢어진 튜브에 고무를 야무지게 붙이고 빠진 부품도 다른 자전거에서 빼온거로 대체하고 스패너로 조이고 체인에 구리스 듬뿍바르고 기어비맞추고 닦아주니 반짝 반짝 새 자전거가 되었습니다.


 시골작업실에서 일하다가  점심쯤 되면 밥사먹으러 논둑길을 달려가는데 아주 잘나갑니다.

최근 20여일 사이에 작업실 내려갔다 올라갔다하면서  문서작업대신 취미작업을 더 많이 하였습니다. 해야하는일의 진도는 더럽게 안나가는데 안해도 되는일은 참 재미지고  집중도 잘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주 내려갔을때는  정신차리고 제안서작업과 개발문서 작업에 집중하기로 굳게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참 일을 하는데 점심무렵에  이장님이 지나가다 들러서 혹시 예초기도 고칠수 있냐고 하시더군요.  전문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고 대답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분해를 해놓았습니다. 못고치면 버려도 된다니 더 고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급하게 업무연락건으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다음에 내려가면 일에 집중할지   예초기 수리에 도전할지 일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 글도 처음에는 남는 허접한 목재 얻어다가 소파 만들던 DIY얘기를 2CPU 게시판에 쓰려 했던것 같은데  자전거수리했다는 이야기로 끝나다가 예초기수리중인 이야기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뭘 쓰려했는지 저도 까먹었습니다.
 그런데...확실히 먹고사는 일보다 저런 허접한 일을 마당에서 쭈그려 앉아서 이런거 만지는 봄날은 참 기분이 편하더군요. 



적멸보궁 2016-05
재미있는일만 하고 살수 있어면 신선이 뭐 부럽겠읍니까
너무 보기 좋읍니다
추천 꾹 누르고 쓩 >>>>
     
두포리 2016-05
ㅎㅎ 네 감사합니다. 먹고사는 일도 저런 일처럼 재미나면 좋을텐데 ..아직 제대로 못해서 신이나지 않나 봅니다.
양명석 2016-05
대단하십니다...
혹시 예초기 날은
어찌 생겼나요?
나일론줄??
강철쇠날???
궁금합니다~!!1
엔진예초기??
밧데리 전동 예초기???
여기 들어와서는
배우고만 갑니다...
     
두포리 2016-05
보통 가장 많이 쓰는 휘발유넣는 2행정  엔진 예초기인데 미쯔비시 카피제품 같았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 캬브레타 문제일것 같습니다. 예초기날 앞부분에 조임쇠가 없어서 못찾겠다는데 그것도 어디서 부품을 사서 채워야 할것 같습니다. 예초기 날이야 강철이나 나일론이나 홈쇼핑의 붕붕날이나  대부분 호환되기에 바꿔끼기만 하면 되는것이므로  상관없을것 같습니다.
하하하...
멋집니다..
     
두포리 2016-05
감사합니다.ㅎㅎ 원래일은 시간이 안가는데 저런거 하니 시간은 참 잘도 가더군요.
화란 2016-05
머리 식힐겸해서  작업실에 들여놓을 나무소파를 만들어 보기로...

역시 2CPU에는 능력자 분들이 많으신것 같아요.

우와 대단하십니다^^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본업보다는 쉬운것 같았습니다. 나무가 전문가들이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서 그랬었나봅니다.
배병렬 2016-05
멋지구리 합니다~~~
     
두포리 2016-05
감사합니다
파란꿈 2016-05
저희 사무실도 나무소파 사용중인데 칠하지 않고 사용하는데 소나무 향이 오래오래 은은하게 좋습니다.
예취기는 대부분 캬브레타 중앙 원기둥 관 내부가 막히거나 점화플러그에서 문제가 발생 하더군요.
휘발유에 2싸이클오일을 혼합하여 사용하니 비율을 매번 정확하게 혼합하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두포리 2016-05
저도 나무냄새가 좋아서 나무를 새것으로 사면 칠하지 말고 다시 만들어보아야겠습니다. 예초기는 간단하게는 하지만 깊은 부분은 몰랐는데 수리경험기들을 보니 상황에 따라 쉽게 수리할 수도 있겠더군요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드셔서 부럽습니다.
밥아저씨 같아요. 켜켜~

제 다음 프로젝트가 애들용 침대와 이런 소파인데 참고해야겠습니다. 켜켜~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 못이 박혀있던것이라 아주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 맨 처음에 만든것이 폭을 80cm정도 하면  소파겸 나무침대로도 사용가능하더군요. 혹시라도 나중에 만들기 시작하시면 참고가 될만한 도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디쯤 2016-05
잘 만드셨네요.
팔걸이 부분을 앞으로 살짝 튀어 나오게 위에 덮어 줬으면 더 이뻤지 싶습니다.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 댓글 읽어보니 말씀하신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또 만들게 되면 꼭 팔걸이 부분을 앞으로 좀 나오게 조언주신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금손이시네요
멋집니다.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 재료가 있어서 하긴 했는데 금손은 아니고 막손으로 막만드는 수준이라서 부끄럽습니다.
문광화 2016-05
여건이 되면 한번 힐링하러(?)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두포리 2016-05
볼것은 없지만 파주 파평면 임진강 옆으로 지나갈적에 들르시면 서버쿨러 바람으로 데운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문광화 2016-05
차 한잔이 왜 이토록 기다려지는걸까요?
아마도 제조 과정이 독특해서일까요? ^^

전국 팔도를 누벼봤지만 파주는 가보질 못했네요.
서울은 자주 가니 혹시 기회되면 기별하고 찾아 뵙겠습니다.
               
두포리 2016-05
ㅎㅎ 네. 적성이나 임진각등에 놀러가실때 한번 들러주셔요.임진강 전진대교부근입니다. 여름에는 자주 내려가서 있게 될것 같습니다.
                    
문광화 2016-05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습니다.^^
제가 예전에 잠시 있었던곳은 "두포면" 이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왠지 모를 친근함이^^
그저 부럽습니다.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 구조가 단순하니 시간되실때 필요하시면 만들어보셔요
이상윤SY 2016-05
진짜능력자십니다.
     
두포리 2016-05
고맙습니다. 능력자 정도의 어려운것은 수준은 아닌지라 2cpu 회원님들은 다들 금방 하실 수 있는 수준입니다.
Christopher 2016-05
대단하십니다.
     
두포리 2016-05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간장게장 2016-05
언제 한번 지나가다가 좋은 것 있으면

(조금 큰 소리로 혼잣말) "나도 저런 것 있으면 좋겠는데..."
(못 들으시면 한번 더) "저거 우리집 뜰에 가져다 놓으면 딱인데..."

요래 보아야겠습니다.


장산리 율곡리 선유리 두포리 금파리 장파리 리비교 장단반도 도라산 백학산 JSA 제3땅굴

군대생활 하면서 이런 곳들 왔다리 갔다리했었습니다. 임진나루 독립소대에서 1년 있었고 2년은 GOP 근무. 전두환 소장이 사단장 하던 시절이죠.

결혼한 후에도 마누라와 임진나루 부근 메기 매운탕집에 3번인가 갔습니다. 술 한잔 하고, 술 깰 때까지 화석정 부근 거닐다가 차 끌고 오는 수순.

마누라가 두포리님 수필을 좋아했죠. 어린시절 봉일천에서 살았는데, 흑인병사 아들 타미 같은 애들하고 같이 놀았답니다. 미군들은 재래식 변소가 있는 집에서 똥을 못 싸고, 차 타고 부대 들어가서 싸고 나왔다던가... ㅎㅎ
     
문광화 2016-05
타카, 직소, 전동드릴 정도만 있어도 어지간한거 생각보다 재미있고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 안되면, 나무톱과 + 드라이버 그리고 튼튼하고 강력한 이두근, 삼두근이 있어도 되고요^^
     
두포리 2016-05
간장게장님. 정말 반갑습니다. 제 고향마을에서  제가 살때 군대복무를 하셨네요.  전두환소장 1사단일때면 제가 율곡리마을에 살때 였을것 같습니다. 화석정 정자들어가는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조금 작은 넓은 마당에서 이 동네 애들과 축구라도 하셨으면 저와 같이 볼도 차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반갑습니다. 제 글을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요즘 지역신문의 부탁을 받고 예전 파주이야기를 가끔 쓰고 있습니다.
http://www.atpaju.com/bbs/board.php?bo_table=ms_wwwatpajucom_1&wr_id=70
http://www.atpaju.com/bbs/board.php?bo_table=ms_wwwatpajucom_1&wr_id=80
언제...파주에 놀러가야 되는데...되는데...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날잡고....형님들 모시고 가야 되겠습니다....하하....
     
두포리 2016-05
나눔계의  신이신 유정호샤콘느님께서 지나가다 한번 들르신다면 저도 창고를 뒤져서 바로 직접 분양할것을 찾아보겠습니다. 근처 지나가시면 한번 들러주셔요 ㅎㅎ
파커스 2016-05
김현국님이시죠? pctools를 alltools 혹은 anytools로 개명하셔야겠습니다. ㅎㅎ
     
두포리 2016-05
ㅎㅎ 고맙습니다. 실제 목공은 필요한것만 만들려고 애쓰는 수준이라 실력은 없습니다. 취미로 시간때우려고 몸도 때우는 정도라서요 ^^
2cpumem 2016-05
전원생활을 꿈꾸다 집사람 반대로 아파트로 방향전환 했습니다.
해서 두포리님처럼 작업실같은 작은 집을 구하려 주변을 둘러보니 참 많이도 비싸네요. ^^;;;
읽어가면서 내려오다 두번째 사진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
작업실이 저렇게 변했나 해서....
     
두포리 2016-05
ㅎㅎ 네.  의외로 구옥중에 아담한것들이 비어있는것들도 꽤 됩니다. 서울 사시면 파주 파평면쪽이나 적성, 연천쪽을 둘러보셔요.
YouTube 2016-05
이얏 잘 만드셨네요 시골에 평상이 너무커서 창고에 넣어 두고
쓰는데 저렇게 의자로 만들어도 되겟네요
     
두포리 2016-05
한번 만들어보셔요. 큰 평상이라면  두개정도 나올것 같습니다.
와...

전 손이 고자라서....
뚝딱뚝딱 만드시는분 보면 너무 부럽기도 하고 ! 존경스럽습니다~!
이글제이 2016-05
능력도 출중하시고 재미지게 사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_+
HL2MLB 2016-05
수고 많으십니다 이제서야 봤습니다만 하하...  그런데 간혹 벤치에 약간의 경사를 주면 말입니다 한 번 앉으면 허리가 편안해서 도무지 일어나기가 싫던데요? 페인트를 세 겹 씩이나 칠하시고.. 빗물에도 튼튼하겠군요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드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짝짝짝~~~
오비터 2016-05
기분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런소소한 이야기가 생각의외로 힐링 되는것 같습니다.
Onlycom 2016-07
댜단하신데요
simsimzz 2016-10
글솜씨도 좋으셔서 그런지 엄청 재밋게 봤어요! 손재주도 글솜씨도 모두 뛰어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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