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올라오는 캠핑을 가자 후속편입니다. 그 사이에 산속에 쳐박혀 베이컨 쳐묵도 하고 왔는데, 6월 말인데도 예상보다 기온이 낮아서 살짝 떨면서 왔습니다. 산에서 캠핑을 하실 경우 심야의 온도 변화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텐트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는 그 속에 들어가는 것과 텐트의 친구들(?)을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거지 캠핑(?) + 귀차니즘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 입장에서 이쪽은 그리 고급을 쓰지 않아 감성이나 고급 제품까지는 이야기를 못 드리지만 그래도 아는 범위 내에서만이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라운드 시트도 엄밀히 따지면 타프의 일종으로 보기는 하지만(일단 미국어 표기는 그러합니다.) 실제로는 용도가 전혀 다르기에 구분을 따로 합니다. 뒤에 설명할 타프가 주로 그늘을 생성하고 악천후에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라운드 시트는 텐트 바닥의 보호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라운드 시트는 텐트를 치기 전에 바닥에 까는 시트입니다. 사실 이게 설명의 전부라 해도 좋습니다. 존재 목적은 크게 땅바닥에서 습기와 냉기가 올라오는 것을 일차적으로 차단하고 텐트 밑바닥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텐트 바닥은 어느 정도는 튼튼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돌멩이에 의해 찢어질 위험은 존재합니다. 그라운드 시트는 몸을 바쳐(?) 텐트를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냥 험하게 쓰고 버리는 물건이라 재질도 그냥 방수포면 충분합니다. 보통 텐트 제조사에서 텐트 크기에 맞게 재단하여 파는걸 쓰지만, 그냥 트럭같은 곳에서 쓰는 방수포를 싸게 떼와 써도 됩니다. 정말 심하면(?) 그냥 은박 매트만 써도 됩니다. 크기가 충분하다면 말이죠. 또한 그라운드 시트는 보통 맨바닥에 쓰며, 나무 데크를 두는 캠핑장에서는 필수는 아닙니다. 필수가 아닌거지 못 쓰는 건 아닙니다.
■ 매트
그라운드 시트가 텐트 아래에 들어간다면, 매트는 텐트 실내의 바닥재입니다. 캠핑장의 바닥는 결코 고르지 않습니다. 나무 데크면 좀 낫지만 그냥 흙바닥이나 쇄석이면 그대로는 자기 힘들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군다나 그라운드 시트가 있다 해도 바닥에서 냉기와 습기는 올라옵니다. 매트는 이걸 차단하여 추위를 줄이고 누웠을 때 몸을 조금 더 편하게 해줍니다.
이것도 재질에 따라서 상당히 종류가 많은데, 가격대도 다르며 누웠을 때의 감각도 달라서 정말 감성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보통 매트는 적당히 저렴한 것을 골라본 뒤 취향에 따라서 다른 종류로 바꾸기도 합니다.
1. 은박 매트 - 캠핑계의 AK47이 따로 없는게 은박 매트입니다. 야외에서 써도 되지만 텐트 바닥에 깔면 그라운드 시트요, 안에 깔면 보급형 매트입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다만 두께가 얇다보니 편안함은 많이 떨어집니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휴대성이 무난한게 장점이지 나머지는 단점에 가깝습니다.
2. 발포매트 - 보통 PE 등의 재질로 만든 발포성 재질의 매트입니다. 표면이 계란판처럼 울퉁불퉁하여 계란판매트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매트는 은박 매트보다는 크고 넓으며 두꺼우며 냉기 차단 능력이 좋습니다. 가격면에서도 적절히 저렴합니다. 대신 약점은 보기에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며 은근히 부피가 나간다는 점, 감성적인 편안함까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오토캠핑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매트로 통하며, 이것만 단독으로 쓰거나 이 매트를 바닥에 두고 다른 매트를 또 위로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요가매트 - 요가 하시는 분들이 바닥에 까는 매트로서 마트같은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요가 자세가 좀 특이(?)하다보니 밀림 방지와 뼈가 닿을 때 아프지 않게 하려고 쓰는데, 이런 특성때문에 캠핑에서도 꽤 쓰입니다. 재질면에서는 PVC부터 NBR(합성고무) TPE(폴리우레탄 등) 등이 있습니다. TPE쪽이 인기는 많지만 좀 더 비쌉니다.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자세에서도 신체를 보호해줄 수 있고 밀림 방지 효과도 커 캠핑에서는 나름 쓸만합니다. 단점은 발포매트보다는 더 비싸고 두꺼울수록 부피와 무게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4. 에어매트 - 단어 그대로 공기를 채워 쓰는 매트입니다. 공기를 펌프 등으로 불어 넣어 주어야 하는 방식과 캡을 열면 공기가 알아서 채워지는 방식(자충매트)로 나뉩니다. 자충매트는 쓰기는 쉬우나 들어가는 공기양이 적어 편안함은 좀 떨어집니다. 주입식 매트는 펌프를 따로 휴대하지 않으면 쓰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에어매트는 부피면에서도 상당히 우월하며 편안함이나 냉기 차단 능력도 좋습니다. 대신 너무 물렁한 나머지 이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전기장판 등을 함께 쓸 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침낭 가운데 전체를 개방할 수 있는 사각형 침낭을 매트 대용으로 쓰는 경우, 아예 난방 겸용 온수매트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 침낭
사실 오토캠핑이라면 침낭은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닙니다. 그냥 이불 보따리 짊어지고 오는게 더 낫기 때문인데, 부피면에서는 NG지만 추가 비용도 들지 않고 무엇보다 익숙해서 편안합니다. 난방 대책까지 있다면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요? 하지만 백패킹에서는 침낭이 아니면 답이 없는데다, 오토캠핑이라도 간편함 때문에 침낭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부피도 작은데다 펴고 정리하는 것도 쉽기 때문인데, 셸터 + 야전침대 + 침낭 조합도 이런 분들이 애용하는 조합입니다.
침낭도 크게 형태에 따라서 봉투형(사각형)과 머미형(미이라형)으로 나뉘며, 다시 계절에 따라서 여름용(3계절용)과 겨울용으로 분류합니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보통 여름용 침낭은 봉투형이 많고, 겨울용이면 웬만하면 머미형입니다. 머미형은 그야말로 얼굴만 쓱 내미는 구조이기에 불필요하게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해줍니다. 봉투형은 그에 비해서는 움직임은 편하지만 보온 능력은 확연히 떨어집니다.
여름용 사각형 침낭 가운데는 아예 세 면의 지퍼를 열어 매트나 이불 대용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있는데, 이것도 잘 활용하면 나름대로 솔로 캠핑을 할 때 쏠쏠합니다. 하지만 보온 능력은 그리 기대할 게 못되니 이런 침낭으로 늦가을 이후나 초봄까지 버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캠핑을 다니는 분들은 겨울 캠핑은 잘 하지 않긴 합니다만.
또한 겨울용 침낭은 크게 두 가지 온도 표기를 합니다. 대충 이런 형식입니다.
1. -10도 ~ +10도 : 보통 저렴한 겨울용 침낭이 이런데, 그냥 그 온도 범위 내에서 쓸 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 온도 범위 내에서 안 춥게 잘 수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이렇게 표기가 된 침낭은 초겨울이나 초봄 정도나 쓸만하지 한겨울에 버티는건 무리입니다.
2. -18도 / -10도 : 좀 제대로 된 겨울용 침낭은 이렇게 표기를 합니다. 이렇게 표기된 침낭의 경우 -18도는 '건장한 남성의 경우 이 온도에서 6시간동안 자면 대충 얼어 죽습니다'라는 의미, 즉 한계 온도를 말합니다. -10도는 '저 정도 온도면 성인 남성이면 그런대로 살만한 수준입니다'라는 일종의 적정 온도입니다. 이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즉 한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겨울용 침낭으로서는 고성능입니다. 물론 그만큼 비싸집니다.
■ 타프
텐트가 주거공간인 집 자체를 의미한다면 타프는 베란다나 집앞 마당 정도를 구성하는 장비입니다. 그 재질은 텐트와 같은 방수천이지만 그냥 기본은 천조각에 불과한 비자립식입니다.
타프는 그늘을 만들고 나뭇잎이나 벌레등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텐트 위에 치면 텐트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 텐트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고 비가 올 때 텐트를 지켜주는 역할도 합니다. 텐트 앞에 치면 식사나 활동 공간에 그늘과 악천후 시에도 무난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줍니다.
타프를 사면 보통 다음과 같은 구성품이 들어 있습니다.
- 타프 스킨 : 타프 천입니다. 사실 이것만 갖고는 칠 방법이 없어 보통 따로 스트링(로프)나 폴이 필요합니다. 따로 타프 스킨만 파는 것을 구매하셨다면 나머지 것도 환경에 따라서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크기가 좀 작은 것은 미니 타프로 따로 부르지만 사실 그냥 상대적으로 작은 타프의 명칭일 뿐입니다.
- 타프 스트링 : 그냥 줄입니다. 빨랫줄을 써도 됩니다.^^ 다이소의 캠핑 코너에 가면 1천원에 뭉치로 파니 이걸 사용해도 됩니다. 은근히 필요한 물건입니다. 다만 여기에 길이 조절용 스토퍼를 따로 구매하여 연결하는게 보통이며 스토퍼는 기본은 아닙니다.
- 타프 폴: 타프를 세우는 데 필요한 금속 봉입니다. 재질은 그냥 강철부터 알루미늄, 티타늄까지 다양합니다. 이걸 몇 개를 써야 하는지, 형태가 어떤지에 따라서 타프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 타프 팩 : 이렇게 쓰지만 그냥 팩이며 텐트에 쓰는 팩과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팩의 종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몇 줄 정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프는 형태에 따라서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형태의 렉사타프, 육각형의 헥사타프로 분류합니다. 그 이외에 삼각형인 트라이앵글 타프나 사각형이지만 마름모꼴인 다이아몬드 타프도 있습니다. 다만 특수한 일부 타프를 빼면 보통 렉사 아니면 헥사입니다.
헥사타프는 폴을 세울 경우 필요한 최소 폴의 개수는 두 개입니다. 그만큼 부피가 작고 상대적으로는 설치할 것이 적습니다. 잘 설치하면 폼도 납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구요. 다만 사각형 디자인이 아니라 육각형 디자인이라 구석 부분까지 막아주지는 못하며 딱 각이 서는 디자인이 아니다보니 타프스크린(타프 주변에 둘러 타프를 셸터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나 사이드월(타프 측면에 붙여 특정 방향만 가려주거나 바람을 막아주는 물건)같은 액세서리를 붙이기 어렵습니다. 타프에 따라서는 헥사타프에도 추가 폴을 달아 렉사타프 비슷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렉사타프는 이에 비해서는 폴이 많이 필요한데, 중앙에 두 개, 양측면에 각 두 개씩 하여 6개가 필요합니다. 즉 설치에는 손이 많이 갑니다. 대신 공간 활용성이 높고 위에서 적은 액세서리를 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단위 오토캠핑에서는 상대적으로 렉사타프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타프는 그 자체로는 자립식이 아니다보니 폴을 세운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열심히 스트링으로 묶고 팩으로 땅에 고정시켜야 합니다. 그나마 캠핑을 자주 간다면 미리 대략적으로 길이를 정해 놓은 타프 스트링을 만들어 놓아 해당 위치에 팩을 박고 바로 스트링으로 묶어 설치 시간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혼자 이걸 세우려면 상당한 노동입니다. 그래서 렉사타프 + 거실형 텐트 조합이고 이걸 설치할 수 있는게 아빠 뿐이면 아빠 잡는 물건이 됩니다.
이렇게 적으면 정말 아빠 입장에서는 암울한 일이 되는데, 그래서 여기서는 타프를 대신할 무언가(?)를 소개해봅니다.
타프는 캠핑에 있어 상대적으로 휴대성이 좋으면서도(주요 부품이 대부분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치면 폼도 나 대부분의 캠퍼들이 애용합니다. 이걸 안 쓰는 경우는 정말 귀차니즘이 발로하는 경우 아니면 비가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판단될 경우 정도입니다. 하지만 타프는 필요한데 치는 수고를 좀 많이 덜고 싶은 분께 두 가지 정도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1. 돔타프 : 돔 텐트에서 그냥 아래 부분과 바닥을 날려버린 물건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는 방법은 돔 텐트와 마찬가지로 타프 스킨을 깔고 폴을 꽂고 세운 뒤 필요하면 팩과 스트링으로 고정해주면 됩니다. 일단 자립식이기에 어떻게든 혼자서 칠 수 있는 물건이며 폴을 세우다 무너트리는 것의 반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종류가 적고 가격은 그냥 타프보다는 당연히 비싸며 조금 더 무겁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는 차원의 물건입니다.
2. 캐노피 : 보통 행사같은 곳에 쓰는 접이식 천막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생긴게 이러기에 캠핑의 멋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돔타프는 세워 놓으면 그런대로 폼은 나지만 캐노피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즉 낭만따윈 Dog에게 주라... 이런 물건입니다. 더 큰 문제는 무게와 부피인데 일반 타프나 돔타프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그나마 가정용으로 쓸만한 3m * 3m 정도의 캐노피면 아무리 가벼워도 10kg, 보통 14~15kg 정도까지 나갑니다. 길이도 문제라 정말 짧아도 120cm, 보통 140~150cm 정도인데 이 정도가 되면 웬만한 대형차가 아니면 트렁크에 안 실리는 수준입니다.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한계는 거의 120cm 정도라 보면 됩니다.(이 120cm는 경차의 뒷자리에 실을 수 있는 한계와 일치합니다.) 가격도 타프보다는 비쌉니다.
이렇게 적으면 이걸 왜 사냐 하겠지만 엄청나게 편한 설치 방법이 모든 단점을 상쇄합니다. 꺼낸다 -> 프레임 위에 지붕 천을 올린다 -> 프레임을 잡아 편다 -> 다리 올린다 -> 지붕 천을 프레임에 고리나 벨크로로 고정한다 -> 필요하면 팩이나 스트링으로 추가로 고정한다... 이게 끝입니다. 혼자서 해도 3분이면 치고 3분이면 철거할 수 있습니다. 타프는 이렇게 치는게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습니다. 타프와 달리 평탄한 곳이 아니면 설치가 어려운 문제는 있습니다만 이미 정비된 오토캠핑장을 이용할 것이라면 생김새보다 실리라 하는 분이라면 생각해보셔도 나쁘지 않은 물건입니다. 저 역시 타프도 있지만 치는걸 매우 귀찮아하여 캐노피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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