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합성 작업용 스토리지로 2TB NVME 2개를 각각 싱글 어댑터 카드로 설치해서 소프트레이드로 묶어 사용해왔습니다. 최근에 시스템 업그레이드 좀 해볼까 하고 오랜만에 2CPU 들어와서 둘러보다, 사용 중인 DELL T7810에도 DELL Ultra-Speed Drive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봤어요. 예전에는 다음 세대 모델 T7820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봐서 어쩔 수 없이 PCIe 슬롯 하나에 NVME 하나씩만 설치해서 써왔는데, 바로 여기 사이트를 이리저리 검색해봤습니다.

 찾아본 결과, T7810에도 DELL Ultra-Speed Drive 등의 bifurcation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게 맞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바이오스에서 bifurcation 세팅을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많이 보여서 바이오스를 살펴봤는데 bifurcation 관련 메뉴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DELL 정식 파트인 Ultra-Speed Drive를 사용해야 관련 메뉴가 보이나 해서 매물을 찾아봤지만, 여전히 다른 서드파티 카드보다 비싼 가격이네요. CPU와 램도 업그레이드 생각 중이라 최대한 예산을 줄여야 해서 조금이라도 싼 서드파티 카드로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고려했던 제품은 여기 글에도 많이 보이는 ASUS Hyper M.2 x16 카드였어요. 새 제품을 배송비 포함 7만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지만, 카드 높이가 높아 본체 커버가 닫히지 않을 것 같고, 여전히 높은 가격에 패스. 가끔 언급되는 JEYI iHyper 카드는 앞면과 뒷면에 각각 2개의 디스크를 설치하는 방식인데, 뒷면에 방열판만 설치해도 다른 슬롯과 간섭이 생길 것 같아서 패스.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브랜드로 없고, 여기서 본 적도 없는 커다란 팬이 달린 제품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배송비 포함해서 30달러 아래로 구매할 수 있고, 쿨링도 확실해 보여서 이 제품을 선택하고 최저가 제품을 결제했지만 다음 날 판매자가 발송한 제품이 되돌아왔다는 둥 하며 취소 요구.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리뷰 점수가 높은 판매자의 제품을 다시 구매. 사흘이 지나도록 발송 소식이 없어서 다른 구매자의 제품을 또 결제하고 늦게 발송되는 제품을 취소요청 했는데, 바로 발송완료로 변경되네요. 같은 날 발송됐는데 하나는 도착했고 다른 하나는 설 연휴 지나서야 도착할 것 같아요. 나머지 하나가 도착하면 여기 장터에 올릴게요.

 언제나 같은 흰색 뽁뽁이 비닐에 박스 2개가 들어있어요. 하나는 본품이 들어있고, 나머지 하나는 팬이 들어있고요. 팬이 없는 제품도 판매 중이라 따로 구분되어 있나 봅니다.

 큰 기대가 없어서인지 보드 상태가 너무 좋아 보이네요. 요즘은 중국산 듣보잡 제품도 상태가 매우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각종 나사와 드라이버까지 들어있는 세심함. 2280 사이즈 디스크는 별도의 서포터가 필요 없고, 더 작은 사이즈의 디스크 사용할 때만 필요한 방식이고요.

 알 수 없는 브랜드의 팬이 달여있습니다. High Quality, Double Silence 팬이라고 제품 설명에 나와 있는데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네요. 지름 80mm, 높이 10mm의 흔히 구할 수 있는 사이즈라 고장나면 쉽게 교체할 수 있어 보이고요.

 제품 페이지의 사진만 봐서는 팬이 연결되어있는 플레이트가 플라스틱 같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금속 재질이에요. 굉장히 튼튼해 보입니다. 만족도가 점점 올라가네요.

 먼저 OS 설치용으로 G마켓 설 세일 때 구매한 삼성 PM9A1를 달아서 테스트 해봤습니다. 디스크를 설치하고도 팬과 간격이 꽤 있어서, 얇은 방열판 정도는 달 수 있을 거 같아요.

 슬롯에 꽂았을 때 모습입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뒷면에 여유가 거의 없네요. 뒷면에 디스크를 설치하는 JEYI 제품을 구매했으면 사용이 힘들었겠어요. 앞면 쪽도 팬 때문에 슬롯 하나를 가리고요.

 팬 소음은 꽤 있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High Quality, Double Silence라는 말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윈도우로 부팅해서 CrystalDiskMark로 속도 측정을 해봤습니다. 삼성 PM9A1의 스펙이 PCIe 4.0에서 7000/5100M인데, PCIe 3.0 슬롯에서 스펙의 반 정도가 나오네요.

 본격적으로 실제 사용할 준비를 해보네요. 기존에 싱글 어댑터 카드 2개로 사용하던 디스크를 옮겨서 설치했습니다. 2개 밖에 없는 상황이라 팬 가운데 쪽에 설치해봤고요. NVME는 마이크로닉스 WARP GX1 2TB 제품으로, 이것 역시 작년 초 G마켓 빅스마일데이에 동급 중에 최저가 품목이라 구매했던 제품이에요.

 첫 번째 포트를 비워놨는데도 잘 인식되네요. 제일 신경 쓰였던 부분이 T7810 바이오스에 bifurcation 관련 메뉴가 없는 것이었는 데, 특별한 설정 없이 그냥 되더군요. bifurcation 카드를 설치해도 관련 메뉴가 새로 생기거나 하진 않았어요. NVME 디스크가 3개 밖에 없어서 3개까지 설치해봤는데, 3개 다 개별 디스크로 인식 잘되고 바이오스에 bifurcation 관련 메뉴가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리눅스 LVM으로 묶여있던 디스크라 작업 중인 데이터가 남아있어서 윈도우에서 테스트할 수는 없었습니다. 리눅스로 부팅했을 때 잘 인식되네요. 리눅스에 CrystalDiskMark가 없어서 제가 사용하는 합성 프로그램에 있는 스토리지 테스트로 측정한 속도는 4500M 정도에 4K 12비트 무압축 영상을 초당 94프레임 정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기존에 싱글 어댑터 카드 2개로 설치했을 때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어요. CrystalDiskMark와는 측정 방식이 달라서 스펙보다 낮은 속도가 나오는 건 아니고요.

 결론은 "델 T7810에 저가의 bifurcation 카드도 인식 잘 되고, 바이오스에는 원래 bifurcation 관련 메뉴가 없다."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